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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무가 된 남자 ​​​​​​​​​​​​​​​​​​​​​​​​​​​​​​​​​​​​​​​​​​​​​​​​​​​​​​​​​​​​​​​​​​​​​​​​​​​​​​​​​​​​​​​​​​​​​​​​​​​​​​​​​​​​​​​​​​​​​​​​​​​​​​​​​​​​​​​​​​​​​​​​​​​​​​​​​​​​​​​​​​​​​​​​​​​​​​​​​​​​​​​​​​​​​​​​​​​​​​​​​​​​​​​​​​​​​​​​​​​​​​​​​​​​​​​​​​​​​​​​​​​​​​​​​​​​​​​​​​​​​​​​​​​​​​​​​​​​​​​​​​​​​​​​​​​​​​​​​​​​​​​​​​​​​​​​​​​​​​​​​​​​​​​​​​​​​​​​​​​​​​​​​​​​​​​​​​​​​​​​​​​​​​​​​​​​​​​​​​​​​​​​​​​​​​​​​​​​​​.. 더보기
진관사 입구에서 진관사 입구에서 고운 최치선 ​북한산 진관사 입구 왕벚꽃나무 아래나를 닮은 여인이 서성이고 있다 마르고 큰 키에 각 진 얼굴 반백의 머리카락 주름진 이마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좁은 어깨를 움츠리고 돌아선 구부정한 허리마저 비슷하다 나와 닮은 저 초로의 여인은 어떤 완보완심의 삶을 꾸려왔을까 오래전 훌쩍 떠나버린 바람같은 남자를 그리워하며 나무 밑을 서성이는 것일까 여인의 벚꽃 물든 머리 위로 하나 둘 생이별한 벚꽃이 떨어지고 나는 퇴락한 봄의 끝을 바라보며 미래가 된 여인의 마음을 서성거린다 더보기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고운 최치선 나의 집은 달팽이 껍데기다.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항 속 내 집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집이 먼저 흔들려서 잠이 깨었는지 아니면 잠이 먼저 깨고 집이 흔들렸는지 난 알 수 없었다. 왜 하필 그날 그 남자가 나를 어항 밖으로 꺼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눈을 비비면서 난 어항의 투명한 유리 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내 얼굴이었다. 그해. 여름. 내 몸의 일부처럼 생각되던 어항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말라가는 몸이 움츠러들었고 나는 조금전까지 물이었던 내 몸을 더듬어 보았다. 그 사람은 달팽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달팽이집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바둥거렸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