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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파편 고운 최치선퇴사 50일째 백수라는 꼬리표를 다시 붙이고 서울역에 나가 보았다 정오의 태양은 머리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김치찌게를 끓여내고 있다 신라면 하나로 버틴 하루가 어제였던가 단순한 셈법도 못하는 뇌를 탓하지만 의미 없음을 알고 실소가 새어 나온다 내가 서 있는 곳은 무풍지대처럼 모든 것이 멈춘 채 슬픔을 토해내고 있다 지나가던 소녀가 건네준 분홍색 상자 꿈처럼 나에게 다가온 상상 그늘을 찾아 봉인된 상자를 뜯어 보았다 분홍색 얼음이 들어 있었다 얼음 속에는 내가 흘린 눈물 방울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처음 알게 된 초롱꽃 고개를 들지 못하는 데 나는 눈물의 파편을 상자에서 꺼내 살며시 입안에 가둔다 더보기
너와 나의 거리 고운 최치선 연우가 몹시 내리던 날 너 만나러 가는 길에 전선안개에 길을 잃어 잠시 멈추어 섰다. 길가에 핀 들꽃들 수줍게 침묵하며 남은 눈물 내리는 어제의 하늘. 당분간은 눈부신 햇살 쏟아지는 강을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워 잠시 두 눈 감고 서 있었다. 아니 내 마음은 이미 너를 향하여 질주하지만 가까운 듯 아득한 너와 나의 거리. 그립고 따뜻한 너의 빛깔과 향기 쉴새없이 매달리는 순백의 꽃송이들 너를 향한 마음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 바람 맞으며 흔들리고. 너 만나러 가는 길을 따라 도도히 흐르는 바람은 저 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