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고운 최치선 나의 집은 달팽이 껍데기다.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항 속 내 집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집이 먼저 흔들려서 잠이 깨었는지 아니면 잠이 먼저 깨고 집이 흔들렸는지 난 알 수 없었다. 왜 하필 그날 그 남자가 나를 어항 밖으로 꺼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눈을 비비면서 난 어항의 투명한 유리 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내 얼굴이었다. 그해. 여름. 내 몸의 일부처럼 생각되던 어항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말라가는 몸이 움츠러들었고 나는 조금전까지 물이었던 내 몸을 더듬어 보았다. 그 사람은 달팽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달팽이집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바둥거렸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