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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남산예술센터, ‘남산 아고라 2017 불편한 입장들’ 18일 개막

올 여름 특별한 작품이 찾아 옵니다. 바로  ‘불편한 입장들’이란 연극입니다. 이 작품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특별 기획 프로그램으로 <남산 아고라 2017> 선을 보이는 것입니다. 

18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라가는 <남산 아고라>는 시민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기능했던 고대 그리스의 광장 ‘아고라(Agora)’에 착안한 사업으로 시민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날 보여지는 <남산 아고라 2017> ‘불편한 입장들’은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남산예술센터를 바라보며 대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공연 당일 관람객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합니다. 2016년 <장애극장>, 2017년 변방연극제 참가작 <연극의 3요소> 등의 무대를 통해 꾸준히 장애인의 시각으로 극장이라는 공간을 탐색해 온 신재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모집한 150여명의 관객은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오후 7시, 오후 7시 30분, 오후 8시에 입장합니다. 

오후 7시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공연장을 둘러보는 투어인 ‘어바웃 스테이지(AboutStage)’를 통해 극장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이해하며 오후 7시 30분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경기권역 영화관 장애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남산예술센터 시설 접근성 모니터링을 위해 공연장 곳곳을 둘러보면서 시설이 규격에 맞는지 직접 측정합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본 공연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입장에서 바라 본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여타 시설과 관련 제도,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이에 얽힌 여러 시선, 의식의 개선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여 불편한 입장(入場, access)은 물론 입장(立場, position)까지 아우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극장은 분명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누구에게는 불편한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관객과 장애인 창작자에게는 제약이 뒤따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프로그램은 ‘장애인 관객은 문턱 높은 극장에는 입장할 수 없는가, 장애인 관객은 늘 같은 좌석에만 앉아야 하는가, 장애인 창작자가 분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장애인 창작자는 극장에서 편히 공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불편한 입장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그동안 주 대상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입장에 관해 생각해보며,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영국의 연극 평론가 린 가드너(Lyn Gardner)는 지난해 ‘더 가디언’ 칼럼에서 “영국 연극계에서 성과 인종의 다양성은 점점 고려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창작활동은 여전히 뒷전”이라고 기고한 바 있습니다. 그간 장애인 문제를 관객의 입장에서 다뤄 왔다면 이번 아고라에서는 장애인 창작자의 입장까지 시선을 확장했습니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함부터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며 오는 불편한 감정 혹은 입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까지 ‘불편한 입장’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남산 아고라> 첫 선정작 <페미 그라운드 - 여기도 저기도 히익 거기도?>(남산예술센터,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진동젤리 공동제작)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여성혐오’를 극장으로 가져왔습니다. 무대는 관객들이 입장하며 걸어둔 저마다의 소지품으로 가득했습니다. 사전 워크샵을 통해 수집된 여성혐오의 말들을 읽는 관객 200여명의 목소리가 무대를 움직이는 독특한 공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불편한 입장들>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습니다.(전체 관람가, 전석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