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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봄의 여백

봄의 여백
고운 최치선

내 일상으로 숨어든 새들도 떠나고

한 그루 나무가 된 그대도 헐벗은 채 흔들리고
아무도 이 돌변을 멈출 수 없고
나도 그대를 볼 수 없음에
과연 대신 아파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 온 그대 얼굴만큼이나
햇살이 곱게 느껴지는 봄 날 오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햇살 한 줌 포장해서 이미 잊어버린 번지로
택배 보내고 뜨겁게 오열하는 일뿐

내 눈에서 그대 모습 사라지는 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었던
그건 기만이고 허위이며 거짓이었다
나는 내 안에서 그대를 끄집어내고
품안에서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햇살이 곱던 봄날 오후
서로의 뿌리와 꽃의 안부를 물으며
체온을 쓰다듬고 위로를 나누어주는
그래서 밖이 아닌 안에서
서로의 봄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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