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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수공...넨스크라댐 프로젝트 주민안전 위협 우려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심포지움 열어야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운영은 국민과의 소통입니다. 그런데 이를 역행하는 공기업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시행하는 사업이지만 이 역시 그곳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야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공기업은 바로 한국수자원공사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러시아와 터키에 인접한 국가인 조지아의 서북부 넨스크라강에 280MW(메가와트)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넨스크라댐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하며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조지아 정부의 에너지 안전성을 추구하는 입장과 불투명한 에너지수요조사와 지역주민 피해를 우려하며 댐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이 맞붙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 조사팀을 구성해 조지아 현지를 방문하고, 조지아정부 관계자와 수자원공사 해외기획처 관계자, 지역주민과 면담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연간 수익률 12%를 달성을 내세우며 투자의 성공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조지아의 에너지 생산 불균형 해소와 에너지 독립을 위해 추진하는 일이라며, “수자원이 풍부한 조지아에 넨스크라댐을 건설해 모델화 할 수 있는 개발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넨스크라댐프로젝트의 경우 수몰지내 사유지와 수몰주민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갈등 없이 수월히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넨스크라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조지아 정부 에너지부 마리암 벨리스빌리(Mariam Valishvili) 차관은 넨스크라댐프로젝트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지아의 경제성장이 연간 5% 수준을 보이고 있어 전력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에너지 안정성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마리안 차관은 지난 25년 동안 조지아에서는 전력 생산을 위한 댐 건설과 강 유역 인프라 개발이 없었다고 강조하며 넨스크라댐프로젝트로 조지아 총 전력생산의 8~1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댐건설을 반대하는 국제시민단체와 주민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국제 금융기관 모니터링 전문단체인 뱅크 와치(Bank Watch)와 리커먼(Re:common)은 조지아 정부 재정 악화를 우려합니다. 2015650~750만 달러였던 사업이 최종적으로 1,035백만 달러로 결정되어 재정의 부담이 커진데다 조지아 정부는 넨스크라댐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구입할 의무를 체결했기 때문에 인근 터키의 전력판매가가 조지아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투자대비 수익을 맞추기 위해 넨스크라댐 생산 전력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댐추진과 관련된 조지아 에너지 수요 전망의 타당성, 비용과 편익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량 변화에 따른 분석 미흡. 상류와 하류의 유량변화에 따른 강 생태계 변화, 기후 영향, 주민 건강 영향 등 평가 부족. 유럽연합의 물관리지침인 WFD(Water Framework Directives)를 충분히 따르지 않고 있지 않다고 뱅크와치는 분석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와 사회영향평가의 미흡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송전선 건설 등 댐건설 이후의 영향을 넨스크라댐프로젝트에 포함시켜 평가하지 않았고, 댐 건설의 영향을 받는 주민의 숫자가 누락되었으며, 공동으로 유지하던 숲과 강의 훼손이 주민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지 않았습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환경영향조사를 하며 접근이 용이한 도로를 중심으로 진행해 조지아 정부가 지정한 레드 리스트에 속하는 야생고양이, 불곰, 갈색연어 등의 서식지의 일부가 누락된 것도 지적사항입니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문제로 남았다. 현재 주민들은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태입니다. 조지아정부의 입지선정은 결정, 발표, 방어(decide, announce, defend : DAD)’의 형식으로 진행돼 정책결정과정에 배제된 주민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넨스크라댐 예정지 하류 오쓰커뮤니티(Oath) 의장 가리 체희비아니(Gari Chkhvimiani) 씨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조지아를 발전시키는 기업이 아니라 조지아를 파괴하는 기업이라며,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더 잘살게 하는데 힘써야한다.”며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댐건설에 대한 주민의 불안도 크다. 이미 1970년대 인근에 건설된 앵구리댐으로 인해 산사태와 건강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지역 초등학교 교장선생인 나토 수바리(Nato Subari)씨는 과거 앵구리댐 건설로 지질층이 약해지고, 산사태가 증가해 교량이 휩쓸려 가기도 했다.”고 우려하며, “앵구리댐 건설 이후 습도가 올라가면서 관절부위 환자와 기관지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주민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댐건설로 영향을 받는 반경 60km 지역, 17개의 커뮤니티의 1200여 명의 원주민은 한 목소리로 계곡전체와 목초지를 잃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넨스크라댐프로젝트의 에너지 수요평가와 소통능력이 부족했음을 언급합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구 감소와 구 소비에트 연방 시절 형성된 중공업 시설 감소 등으로 에너지 증가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지, 어디에서 증가하는지,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이지 등의 에너지수요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원회를 구성해 의사결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국제심포지엄도 제안했습니다.

국내 공기업의 해외진출이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신중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지찬혁 문화생태교육연구소 에코소피아 소장은 국내 댐 등 대형개발사업이 포화된 상태에서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로서 중요한 평가지점이 되기에 한국수자원공사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라며 넨스크라댐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가 해외에 진출 할 때 지켜야할 원칙을 정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지탱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넨스크라댐프로젝트는 총 1,053백만 USD(1.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이 중 70%는 유럽부흥은행(EBRD)와 같은 MDB(다자간개발은행)의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를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출자금으로 진행합니다. 완공이후 한국수자원공사가 36년간 운영하고 이후 조지아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