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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대한 깨달음 고운 최치선 20년 동안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본다 내 몸의 제1전시실로 들어가는 길 양쪽 벽면을 꽉 채운 회색의 화면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흑백으로 덧칠된 피부는 화려한 기법을 사용한 무의식처럼 낯설게 하기를 권하고 지난 20년 동안 씨앗과 나뭇잎을 키워 온 내 육체의 텃밭에서 오브제가 된 달의 여백을 살려 몸의 여러 갈래 길을 묘사한다 생로병사의 원심분리기도 새로운 길을 찾는 도구다 화면은 이제 더욱 고독한 내면의 세계를 향하고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닷가 갯펄 혹은 건널수 없이 멀어져 점이 되는 섬들 회색 모노톤의 그 풍경들은 흩어져 있던 길이 홀로서기를 하며 채집해 온 내 안의 우주다 바람과 함께 춤추며 난무하던 잎맥들의 잔걱정들도 곧 태어날 생명의 근원으로 씨알이 갖는 육중한 의미도 군데군데.. 더보기
두개의 길에 대한 단상 ​ '길'은 소통과 이동의 통로이다. 즉,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의 연결을 의미한다. 보통의 '길'은 땅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의 '길'은 바다, 하늘은 물론 땅속과 우주까지 확대되었다. 여기서 좀더 '길'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면 인터넷이 만든 가상공간의 셀 수 없이 많은 '길'을 들 수 있다. 앞으로 통로로서의 '길'이 인터넷을 통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연결되고 그 길을 따라 모든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오프라인 상의 '길'은 지금과 다른 형태의 ‘길’로 존재할지 모른다. 더보기
점층법 또는 정지화면 고운 최치선 ​ 인생이란 밥상은 누군가에게 매일 진수성찬일지 모르지만 어떤이에게는 한끼 곡기를 해결하기 힘들때도 있다 같은 길도 누군가와 가느냐에 따라 즐거움을 주거나 고난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랑도 떠나려 하면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뒤돌아보지 말고 가던 길을 가야 한다 가는 곳이 어딘지 나도 모르지만 너를 남겨두고 가야 한다 수 많은 별들이 이 밤을 하얗게 수놓고 함께 한 시간 모든 것이 여기에 살아 있는데 이 길을 떠나야만 하는지 길을 떠나는 낯익은 얼굴들 잊지 않고 나에게 묻는다 앞서 떠난 발자국따라 봉인이 풀린 날의 기억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만큼 초롱초롱하다 시간이 지나 선고가 내려지면 인생밥상도 가던 길도 사랑도 점층법처럼 반복되거나 정지화면처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