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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거리 고운 최치선 연우가 몹시 내리던 날 너 만나러 가는 길에 전선안개에 길을 잃어 잠시 멈추어 섰다. 길가에 핀 들꽃들 수줍게 침묵하며 남은 눈물 내리는 어제의 하늘. 당분간은 눈부신 햇살 쏟아지는 강을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워 잠시 두 눈 감고 서 있었다. 아니 내 마음은 이미 너를 향하여 질주하지만 가까운 듯 아득한 너와 나의 거리. 그립고 따뜻한 너의 빛깔과 향기 쉴새없이 매달리는 순백의 꽃송이들 너를 향한 마음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 바람 맞으며 흔들리고. 너 만나러 가는 길을 따라 도도히 흐르는 바람은 저 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더보기
봄의 여백 봄의 여백 고운 최치선 ​내 일상으로 숨어든 새들도 떠나고한 그루 나무가 된 그대도 헐벗은 채 흔들리고 아무도 이 돌변을 멈출 수 없고 나도 그대를 볼 수 없음에 과연 대신 아파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 온 그대 얼굴만큼이나 햇살이 곱게 느껴지는 봄 날 오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햇살 한 줌 포장해서 이미 잊어버린 번지로 택배 보내고 뜨겁게 오열하는 일뿐 내 눈에서 그대 모습 사라지는 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었던 그건 기만이고 허위이며 거짓이었다 나는 내 안에서 그대를 끄집어내고 품안에서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햇살이 곱던 봄날 오후 서로의 뿌리와 꽃의 안부를 물으며 체온을 쓰다듬고 위로를 나누어주는 그래서 밖이 아닌 안에서 서로의 봄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