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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봄을 삼키는 소리 안부-봄을 삼키는 소리고운 최치선​ 간 밤에 태평양을 건너온 봄에게 안부를 묻는다 "좀전에 어머니한테 전화왔었는데..아버지 소양병원으로 가셨나봐. 3개월정도 밖에 남질 않았다고." 그랬구나 나에게 찾아 온 봄은 하얀 팝콘처럼 한강 수변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아니었구나 며칠째 햇살이 기웃거리며 선뜻 안부를 전하지 못한 것도 몸을 풀어야 할 화분들이 점점 얼어가던 이유도 하나였구나 일찍 꽃구경하러 떠난 친구들 보며 눈물 쏟아내신 어머니에게 아직 꽃망울도 해산하지 못한 베란다의 봄이 함께 위로를 보낸 것이다 더보기
봄의 여백 봄의 여백 고운 최치선 ​내 일상으로 숨어든 새들도 떠나고한 그루 나무가 된 그대도 헐벗은 채 흔들리고 아무도 이 돌변을 멈출 수 없고 나도 그대를 볼 수 없음에 과연 대신 아파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갑자기 찾아 온 그대 얼굴만큼이나 햇살이 곱게 느껴지는 봄 날 오후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햇살 한 줌 포장해서 이미 잊어버린 번지로 택배 보내고 뜨겁게 오열하는 일뿐 내 눈에서 그대 모습 사라지는 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었던 그건 기만이고 허위이며 거짓이었다 나는 내 안에서 그대를 끄집어내고 품안에서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햇살이 곱던 봄날 오후 서로의 뿌리와 꽃의 안부를 물으며 체온을 쓰다듬고 위로를 나누어주는 그래서 밖이 아닌 안에서 서로의 봄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더보기
진관사 입구에서 진관사 입구에서 고운 최치선 ​북한산 진관사 입구 왕벚꽃나무 아래나를 닮은 여인이 서성이고 있다 마르고 큰 키에 각 진 얼굴 반백의 머리카락 주름진 이마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좁은 어깨를 움츠리고 돌아선 구부정한 허리마저 비슷하다 나와 닮은 저 초로의 여인은 어떤 완보완심의 삶을 꾸려왔을까 오래전 훌쩍 떠나버린 바람같은 남자를 그리워하며 나무 밑을 서성이는 것일까 여인의 벚꽃 물든 머리 위로 하나 둘 생이별한 벚꽃이 떨어지고 나는 퇴락한 봄의 끝을 바라보며 미래가 된 여인의 마음을 서성거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