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인

점층법 또는 정지화면 고운 최치선 ​ 인생이란 밥상은 누군가에게 매일 진수성찬일지 모르지만 어떤이에게는 한끼 곡기를 해결하기 힘들때도 있다 같은 길도 누군가와 가느냐에 따라 즐거움을 주거나 고난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랑도 떠나려 하면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뒤돌아보지 말고 가던 길을 가야 한다 가는 곳이 어딘지 나도 모르지만 너를 남겨두고 가야 한다 수 많은 별들이 이 밤을 하얗게 수놓고 함께 한 시간 모든 것이 여기에 살아 있는데 이 길을 떠나야만 하는지 길을 떠나는 낯익은 얼굴들 잊지 않고 나에게 묻는다 앞서 떠난 발자국따라 봉인이 풀린 날의 기억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만큼 초롱초롱하다 시간이 지나 선고가 내려지면 인생밥상도 가던 길도 사랑도 점층법처럼 반복되거나 정지화면처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더보기
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 고운 최치선 저기 있는 꽃은 무엇일까사람이 하려면 어림없는 짓인데튼튼하지 못한 땅에서도 뿌리 깊이 박고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촘촘히 뻗어 내려 간다 봐라세상은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돌고 있다하늘이 알고 있겠지이유나 원인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이 통증은 봉인을 풀듯 나직한 그림자 적시며피어 오르는 봄기운이다 생땅을 깔고 하늘을 덮었지만어제와 오늘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은고통없이 나를 일으켜 세워또 하루를 받아들인다 불면의 밤이 지나고 입가에서부터 번지는 봄의 향기는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의 언저리쯤부터부풀어 오른 희망의 떨림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