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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 고운 최치선 저기 있는 꽃은 무엇일까사람이 하려면 어림없는 짓인데튼튼하지 못한 땅에서도 뿌리 깊이 박고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촘촘히 뻗어 내려 간다 봐라세상은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돌고 있다하늘이 알고 있겠지이유나 원인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이 통증은 봉인을 풀듯 나직한 그림자 적시며피어 오르는 봄기운이다 생땅을 깔고 하늘을 덮었지만어제와 오늘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은고통없이 나를 일으켜 세워또 하루를 받아들인다 불면의 밤이 지나고 입가에서부터 번지는 봄의 향기는절망 끝에 선 푸른 어미꽃의 언저리쯤부터부풀어 오른 희망의 떨림이다 더보기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어항 속에서 나온 달팽이 ​고운 최치선 나의 집은 달팽이 껍데기다.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항 속 내 집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집이 먼저 흔들려서 잠이 깨었는지 아니면 잠이 먼저 깨고 집이 흔들렸는지 난 알 수 없었다. 왜 하필 그날 그 남자가 나를 어항 밖으로 꺼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눈을 비비면서 난 어항의 투명한 유리 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내 얼굴이었다. 그해. 여름. 내 몸의 일부처럼 생각되던 어항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점점 말라가는 몸이 움츠러들었고 나는 조금전까지 물이었던 내 몸을 더듬어 보았다. 그 사람은 달팽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달팽이집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바둥거렸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