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고운 최치선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 새벽이 찾아오는 시간 대리기사로 전업한 나는 요즘 부쩍 경쟁이 치열해진 악조건 속에서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느라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산다 그 모습이 마치 솟대에 붙은채 매달려 있는 새 같다 서울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북극곰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까지 날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서성대다가 벨이 울리면 푸드득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불빛 가득한 밤의 거리로 재빨리 뛰어간다 그렇게 새벽이 오는지도 모른채 달린 덕분에 내 어깨에 붙어있던 날개는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또 어떻게 집에 갔는지 밤은 다시 나를 찾는다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솟대 위에 서 있는 두 다리도 이미 힘을 잃었다 새벽 4시에 손님을 데려다주고 택시비가 아까.. 더보기
나무가 된 남자 ​​​​​​​​​​​​​​​​​​​​​​​​​​​​​​​​​​​​​​​​​​​​​​​​​​​​​​​​​​​​​​​​​​​​​​​​​​​​​​​​​​​​​​​​​​​​​​​​​​​​​​​​​​​​​​​​​​​​​​​​​​​​​​​​​​​​​​​​​​​​​​​​​​​​​​​​​​​​​​​​​​​​​​​​​​​​​​​​​​​​​​​​​​​​​​​​​​​​​​​​​​​​​​​​​​​​​​​​​​​​​​​​​​​​​​​​​​​​​​​​​​​​​​​​​​​​​​​​​​​​​​​​​​​​​​​​​​​​​​​​​​​​​​​​​​​​​​​​​​​​​​​​​​​​​​​​​​​​​​​​​​​​​​​​​​​​​​​​​​​​​​​​​​​​​​​​​​​​​​​​​​​​​​​​​​​​​​​​​​​​​​​​​​​​​​​​​​​​​​.. 더보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고운 최치선 ​ 노랑으로 허공의 여백을 물들인 산수유를 보며 작지만 결코 작아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하늘의 변화 무쌍함을 따라가지 않고 땅의 광대무변함을 시기하지 않고 본성에 충실하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더하거나 부족하지도 않게 매화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냄새를 향기로 바꾸는 힘이 그에게 있었다 어둠이 스쳐 가기 전에 작음을 노래하는 산수유 가라앚음 뒤에 떠오름이 잠든 후엔 깨어남이 있듯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꽃잎마저 파장에 몸을 맡겨 중천으로 흘러가도 처음 본 행인의 시선이 닿을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겸손한 산수유의 꿈은 긴긴 겨울 수많은 무서리를 견뎌내고 봄햇살 창공에서 빗물처럼 쏟아질 때 잠깐의 인연으로 세상에 내려와 선물이 되었다 작음으로 빛나는 산수유를 보며 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