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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폭염속으로 고운 최치선 눈물없는 눈은 공허하다 하염없이 눈물 쏟는 애인을 또 하염없는 입맞춤으로 달래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이에게 다른 피가 다른 생각이 돌고 있단 사실을 애인의 몸을 훔치고 간 남자들을 떠올렸을 때 감정은 아직 훔치지 않았다는 것 나는 위험한 상상으로 바닥을 문지른다 너도 이제 그만 침묵을 내보내려 한다 그러나 떠들고 싶어도 소리를 내지 못할때 침묵다운 무거움이 온다는 것을 너와 나는 알고 있다 네 눈에 도달할 문장이 기다려진다 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위태롭게 매달린 햇살처럼 오랠수록 흉기가되는 조금씩 심장 가까이 8월의 폭염 속으로 완전히 입수하기 전에 나는 녹아서 네 눈에 흐른다 더보기
감기 ​ 고운 최치선 폭염이 계속되는 8월 개도 안걸리는 감기에 걸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지독한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다 목울대에서는 굳은 소신과 후회가 덩어리채 솟구치고 눈물 콧물 쏟아낼 때 지난 계절이 무시당한 복수라도 하는 듯 끈적끈적 점액질을 토해낸다 나는 아스팔트 검은바닥을 노려보며 이미 사라진 가을하늘을 떠올린다 밤새워 내 곁에서 툴툴 거리며 돌아가던 선풍기도 더이상 희망이 없다며 찬바람을 버리고 무풍지대로 떠나버렸다 텅빈 도시에 뿌리내리는 햇빛은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반지하가 지하가 되버린 후 햇빛은 닿지 않았고 바람도 용케 피해갔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내 몸은 너무 쉽게 삶의 바깥으로 이탈했다 그러자 유리처럼 번뜩이는 슬픔을 안고 감기는 전속력으로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