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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길에 대한 깨달음 고운 최치선 20년 동안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본다 내 몸의 제1전시실로 들어가는 길 양쪽 벽면을 꽉 채운 회색의 화면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흑백으로 덧칠된 피부는 화려한 기법을 사용한 무의식처럼 낯설게 하기를 권하고 지난 20년 동안 씨앗과 나뭇잎을 키워 온 내 육체의 텃밭에서 오브제가 된 달의 여백을 살려 몸의 여러 갈래 길을 묘사한다 생로병사의 원심분리기도 새로운 길을 찾는 도구다 화면은 이제 더욱 고독한 내면의 세계를 향하고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바닷가 갯펄 혹은 건널수 없이 멀어져 점이 되는 섬들 회색 모노톤의 그 풍경들은 흩어져 있던 길이 홀로서기를 하며 채집해 온 내 안의 우주다 바람과 함께 춤추며 난무하던 잎맥들의 잔걱정들도 곧 태어날 생명의 근원으로 씨알이 갖는 육중한 의미도 군데군데.. 더보기
고운 최치선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 새벽이 찾아오는 시간 대리기사로 전업한 나는 요즘 부쩍 경쟁이 치열해진 악조건 속에서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느라 스마트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산다 그 모습이 마치 솟대에 붙은채 매달려 있는 새 같다 서울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북극곰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까지 날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서성대다가 벨이 울리면 푸드득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불빛 가득한 밤의 거리로 재빨리 뛰어간다 그렇게 새벽이 오는지도 모른채 달린 덕분에 내 어깨에 붙어있던 날개는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또 어떻게 집에 갔는지 밤은 다시 나를 찾는다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솟대 위에 서 있는 두 다리도 이미 힘을 잃었다 새벽 4시에 손님을 데려다주고 택시비가 아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