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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독수리가 사는 법

고운 최치선



칸의 제국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흔적을 찾아 떠난 날
독수리는 태양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내가 오래 찾아보지 않아도 독수리는 한 눈에 먹잇감을 알아 보았다
그만큼 하늘의 길에 밝기때문이다
얼마나 자주 어둠 속에서,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낮의 형상속에서 독수리는 기다렸을까
안타까운 기다림에 시달리며 세상을 향한 온갖 몸부림이 소용없이 되어버리고
수많은 여행자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도 날짐승의 심장을 후벼파도
독수리는 오래전 잊혀진 신화를 되찾기 위해
허공에 집을 짓고 자신의 주인이 찾아오기를 수없이 기다린다
독수리의 두 날개가 하늘을 덮고 초원이 잠든 시간
말과 양떼들은 바람을 벗삼아 산책을 나간다
이 초원에서 여름이 물러나면 독수리의 눈 속에는 하얗게 피어나는 눈꽃들이 순백의 제국을 만든다
세상이란 시간이 멈추고 독수리 두 눈 속에 야성의 외로움이 헤엄치면 게르의 숨구멍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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