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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고운 최치선


차갑게 식은 달을 한 스푼 떠서 펄펄 끓는 붉은 입술로 가져갔다
그러자 밤의 문이 열리고 감당할 만큼의 에너지 1200칼로리가 만들어졌다
가슴에 묻힌 소녀의 기억은 아직도 부풀어 오르지 못했는데
집나간 아버지 10년 만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의 인연을 먹다만 입가 훔치며 한 쪽 어깨 기울어진 세월이 함께 들어왔다
자정이 되자 창문 틈으로 달의 가장자리가 보이고
차례상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어머니의 두 손
합장한 후 달을 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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