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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마중나가는 시간

고운 최치선



지하철 3호선에 상처투성이 몸을 구겨넣고
하루를 온전히 배신한다
어제의 결심이 회칠한 시체마냥
이름도 없이 버려지고
나는 또 과거로부터 내일의 시간을
빌려온다
그렇게 하루를 연명하면
가스탕의 프로메테우스가 태양을 향해
두 날개를 태우고 나는 양초로 만든 욕망이
녹는 줄 알면서도 추락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사라진 욕망을 되찾기 위해
내일의 꿈을 대신하는 지하철3호선
그 속에 녹아버린 형체없는 두 날개가
거친 파열음을 내며 힘겹게 하차한다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내 몸을 위해
오늘도 오지 않는 시간을 마중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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