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선
몸에서 분리된 것은 심장이 아니었다
두 개의 호흡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생긴 부작용도 아니었다
어제의 시간이 삭제되고 오늘을 지나 내일의 시간이 돋아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몸에서 분리된 것은 하늘이 아니었다
서서히 냉각된 피는 더이상 심장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나의 의식은 냉동고 안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고깃덩어리처럼
차가운 남극의 빙산에 닿고 있었다
몸에서 분리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하나의 통에서 죽어가는 시퍼런 청춘처럼
이글거리던 태양은 어느새 잔뜩 웅크린채 보이지 않는 잠 속으로
소리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자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