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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사랑의 패러독스

고운 최치선


그대 눈가에 앉아 있는 한줄기 빛을 추억하며
그리움이 마를 때까지 나 그대를 기다리네
낡은 어둠이 내리고 새빛이 종적을 감출지라도
내 몸 그대로 굳어 움직이지 않아

바람결 물결 나뭇결 숨결 사이사이에도 주술이 깃들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은 모두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네

시시각각 변하는 하루살이 같은 죽음이 오가고
정지한 숨도 마음을 담지 못해 그대로 흩어지네
기다림, 그 단순한 패러독스에 버려지는 사랑의 잔해
나 그대를 기다리다 허공에 열린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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