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선
폭염이 계속되는 8월 개도 안걸리는 감기에 걸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지독한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다
목울대에서는 굳은 소신과 후회가 덩어리채 솟구치고
눈물 콧물 쏟아낼 때 지난 계절이 무시당한 복수라도 하는 듯
끈적끈적 점액질을 토해낸다
나는 아스팔트 검은바닥을 노려보며 이미 사라진 가을하늘을
떠올린다
밤새워 내 곁에서 툴툴 거리며 돌아가던 선풍기도
더이상 희망이 없다며 찬바람을 버리고 무풍지대로 떠나버렸다
텅빈 도시에 뿌리내리는 햇빛은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반지하가 지하가 되버린 후 햇빛은 닿지 않았고 바람도 용케 피해갔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내 몸은 너무 쉽게 삶의 바깥으로 이탈했다
그러자 유리처럼 번뜩이는 슬픔을 안고 감기는 전속력으로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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